N.P

from Review/Book 2006. 4. 29. 00:00


 
 
"이거, 뼈?"
 
나는 말했다.
 
"설마."
"그래, 쇼지 씨의."
 
스이는 겸연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겸연쩍어할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기까지 했다.
 
"화장하고 뼈줍기할 때, 줍는 척하면서 슬쩍 훔쳐 왔어.
 막 타고 남은 따끈따끈한 것을. 제법 긴장했지."
 
뺨을 발갛게 물들이고, 방긋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미처 충격에서 벗어날 틈이 없었다.
그러한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이런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니."
 
라고 말해 보앗다.
 
"아아, 이제 마음이 놓인다."
 
스이가 말했다.
나는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왠지 감동적이었다. 이해할 수 있을 듯 말 듯한 친절한 정열 때문인지 아니면 쇼지의 뼈 자체 때문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
 
내가 말했다. 손바닥에 올려진 채인 조그만 나무상자의 무게. 모르는 척 하려 해도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손끝이 저리는 듯 했다.
 
 

- 요시모토 바나나 N.P  ' 놀러 안올래? ' 中

 

 

 

길거리에 있는 자동 판매기에서, 보리차를 샀다.
타당타당, 하고 두 개가 떨어진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캔.
그리고 셔터가 내려져있는 대로변의 가게 앞에 펄썩 주저앉은 채 마시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핑핑 지나갔다. 트럭이 지날갈 때는 진동마저 전해져 왔다.

"길에 앉는다는 것, 이제 보니 굉장한 일이네. 현장감이 있고."
내가 말했다.

"실감나는 밤이로군."
"길거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시점에서 사물을 보겠지."
"글쎄 그럴까, 늘 이런 시점이라면 그게 보통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일상에서 벗어난 리듬으로 딱 멈춰서, 자동차와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세상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죽 늘어서 있는 가로등도 평소보다 훨씬 높게, 하늘에 가깝게 보였고, 자동차의 불빛도 알록달록.

클랙슨 소리와,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도로 위를 달리는 다양한 소리,
사람들 소리, 구두굽 소리,
셔터를 울리는 바람의 소리도.

뜨뜻미지근한 공기, 한낮에는 뜨거웠던 아스팔트의 감촉. 여름의 먼 내음.

- 요시모토 바나나 N.P  '그날 밤에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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