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llybean 시즌 1
어버이날입니다
젤리빈
2010. 5. 8. 14:05
그리고 전 지금 길잃은 벌 한마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자식벌을 잃고 헤매는 부모벌께서는 조속히 서울시--
는 웃자고 쓴 것이고 실제로는 무서워서 벌 근처엔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쟤가 창문으로 방황하다 들어온지 30분 정도 된 것 같은데 나가는 길을 못찾고 헤매고 있네요.
보기에도 좀 큰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자꾸 창에 몸통을 부딪혀가며 나가고싶어하는게 안쓰러워서 왠만해선 내보내주려고 했거든요. 고무장갑끼고 가서 살짝 잡았다가 창밖으로 던져줘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가니까 너무 큰거예요;; 진짜 시커멓고 4cm는 넘어보이는 벌이 목둘레에 털도 북슬북슬 달고 날개도 크고 소리도 크고 여튼 그런 애가 지금 저희 오피스텔 창틀을 헤매고 있습니다. 가끔 기절한 것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나가고싶어하면서 막 길을 찾는데 너무 불쌍해요. 그런데 무서워서 도와줄 수 없어.
진지하게 세스코에 상담도 해볼까 생각했는데 돈 주고 부를 것도 아니면서 이런건 실례지 싶어서 그러진 못하고. 왠만해선 그냥 자기 몸으로 나가줬으면 싶은데 애가 영 길을 못찾네요. 벌이 많이 꼬인다던 꽃냄새나는 향수도 창틀에 뿌려보고 커피로도 유인해봤습니다만 덩치가 커서 둔한건지 어쩐건지 왜이리 못찾니 이 바보자식아ㅠㅠㅠㅠㅠ 그 창문이 아니라 한칸 더 오른쪽으로 가라고!! 가!!! 좀!!! 왜 못찾아!!! 이 바보야 니 코는 장식이냐 ㅠㅠㅠㅠㅠㅠ
만약 어머님이 오실때까지 저 벌이 길을 찾지 못한다면 죽게될텐데..어버이날이니까...곱게 보내주고 싶습니다. 벌이라도 부모는 있을 거 아니예요. 알아보는건 둘째치고..어쨌든 돌아갈 집도 있을거고..저렇게 나가고 싶어하는데..죽이기엔 좀...
이라고하지만 쟤가 저 구역을 벗어난다면 제가 살기위해서라도 죽여야...아..엄마...와버렸다......
오!!! 어머님이 내보내주셨습니다!! 그 청소할때 쓰는 테이프를 대고 있으니까 애가 붙더라구요. 창문 밖에 탕탕 털어서 내보내주셨어요. 우왕 굳>_<
그리고 덧붙이는 뻘글
그렇습니다.
사람과 벌, 그게 가장 중요한거죠.
세상이라는게, 저희만 사는건 아니잖아요?
엄마 벌, 아빠 벌, 길잃은 벌, 또다른 벌, 어쨌든 벌...
사람만 사는게 아니기에 저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