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되었던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을 보러 갔었다. 이글루에서 내가 혼자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이 전시회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며 포스팅을 해두신 걸 보고 나도 그분이 감동받았다는 사진을 보고 싶어져서 메모해뒀었다. 대림 미술관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다행이였지만 청와대 앞을 지나는 길이라 그런지 곳곳에 서있던 군인과 경찰들은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살벌해서 괜히 주눅들기도 했다.

수묵화와도 닮은, 그래서 서양인의 사진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는 그의 사진도 인상적이긴 했지만 내게는 사진보다, 공근혜 갤러리 자체의 구조가 더 인상적인 전시회였다. 저기 보이는 벽면에 마이클 케나가 홋카이도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영어로 나오는데다가 자막도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영상만 보다 왔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그런 내용이라고 했다. 확실히 눈이 많은 곳이였고, 그는 일출과 새를 찍으려는 듯 낮게 엎드려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어떤 사진 동호회인지 뭔지 아저씨가 아주머니들을 데리고 와서 잘난척하며 설명을 하고 계셨는데 마이클 케나도, 사진도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이상한 내용이 많아서 헛웃음이 났다. 아주머니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며 선생님은 역시 굉장하다고 감탄하시던데 그 상황이 어딘가 드라마스럽고도 영화같아서 이상했다. 그 부분만 시간축이 다른 것 같았어..

그런가하면 어머님과 같이 오신 따님도 있었다. 엄마에게 조근조근 설명해주며 같이 구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대부분이였는데 크기들이 작아서인지, 아니면 내 취향과 달라서였는지 이글루의 그 분처럼 드라마틱한 감동은 받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사진은 있다. 양 쪽으로 커다란 가로수가 심어진 길을 찍은 사진이였는데 내리막 길이였고, 길 저편, 나무 사이로 안개가 자욱했다. 카메라가 서있는 곳은 언덕 위, 나무가 심어지지 않은 길 사이였는데 그 사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만약 엽서나 카드가 있다면 사고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카드는 두 종류밖에 없었고, 그 두 종류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풍경이라 구입하진 않았다..

나오기 전 아쉬운 마음에 저 나무 의자에 앉아서 한참동안 영상을 보고 있었다. 혼자 앉아서 영상을 보는 내가 이상했는지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영상을 번갈아 쳐다보지만 않았어도 끝까지 보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쉽다. 전시회를 혼자 보러 오는 사람은 이상하지 않아도, 전시회에 딸려있는 영상을 혼자 보는 사람은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마이클 케나 전시회 뿐 아니라 다른 전시회에서도 영상을 챙겨보고 있다보면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져서 가끔 소심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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