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로 보게되었던 "딱따구리와 비"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난 후에도 보게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게 됐다ㅎㅎ

솔직히!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오늘 영화를 찍을, 그리고 평생 나무만 찍던 아저씨가 영화를 찍는다는
카피문구는 이 영화의 매력을 반도 살리지 못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담은 일본영화의 카피문구는
대개 영화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긴하지만 영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무뚝뚝하고, 나무만 알던 베테랑 나무꾼 아저씨와 어딘가 시대에서 지난 듯한 B급 좀비영화를 찍는, 주눅들어있는 어린 감독. 처음에 아저씨는 원하지 않았지만 휘말리다싶이 엑스트라 좀비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후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런 아저씨의 달라지는 태도에 따라 감독이 좋은 영향을 받아 변하게 되고, 마을이, 아저씨가, 그리고 아저씨의 아들이 달라지게 되는 과정이 잔잔하고 따뜻하게 실려있는 영화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처음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던 아저씨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대화로 마치 유명 영화배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던 장면, 그리고 영상을 확인하는 상영회에 초대받아 화면 속의 자신을 보면서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던 그런 변화들이 뭐랄까. 정말 영화와는 상관없이 소박하게 살아가던 아저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자신감 없이, 정말 계속해서 재밌었냐고 되물으며 도망치고싶어하던 감독이 아저씨의 참여로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변하는 부분이라던가,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참여로 영화를 찍던 스탭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주어지는 것. 영화에 엑스트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마을에는 작은 축제나 이벤트와도 같은거라 서로에게 그런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게 그냥 좋았다. 사실,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을 하는 경우 주위에 피해를 주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개의 경우 우리는 촬영을 하는거니까 니들이 참아! 라는 뭐..그런 상황을 겪게되기에 영화 속의 훈훈한 장면이 더 좋아보였다. 인간미라고 해야하나. 그런거...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을 때, 위안 받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 '딱따구리와 비'.
한달 정도 지나면 잊게되는 경우도 많은데 초반에 아저씨가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감독에게 다가갔던 장면이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엔 감독이 아저씨에게 다가가는 장면으로 똑같이 사용되던 걸 보며 웃었던 것 까지 기억나는걸 보니 알게모르게 이 영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다시 보고싶어졌음..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