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다. 누군가가 "바다다"라고 소리쳤다.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모두 왼쪽으로 몰려갔다. 정말 바다였다. 바다라는 게 그런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기차 통로에 한참이나 멍하니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가 그런 것인 줄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갖추고 볼 것을. 나는 느닷없이 "바다다"라고 소리친 아이가 원망스러웠다. 초등학교 6학년 봄에, 나는 그렇게 바다를 만났다. 
  그리고 얼마 뒤, 나도 중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동네 꼬마 녀석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임 탐. 아임 어 스튜던트. 유아 어 스튜던트"하고도 "투!"의 세계로 들어갔다. 교집합과 합집합과 여집합과 공집합의 세계에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자율화 덕분에 교복만은 영영 입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쉬웠으나, 어쨌거나 내 책꽂이에는 펼치면 <우리는 중학생>이라는 노래가 나오는 음악책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바다는, 그런 바다는 다시 보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바다다"라는 말에 놀라던 그때로. 흘러간다. 세월은 그렇게, 그렇게. 부드럽게, 따뜻하게. 일본 시인 기타하라 하쿠슈의 [세월이 가네]라는 시를 읽으면 가끔 아무런 후회도 없이, 아쉬움도 없이 세월을 보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렇게 흘러가던 세월의 속도다. 그 시절이 결코 아니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요근래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읽는다면 주로 에세이를 읽는다. 생각하지 않고도 술술 읽히기 때문에 계속 집게 되는 것 같다. 관심이 가는 책도 대개 에세이다. 이 글귀는 어떤 분이 적어두신 글귀. 마음에 들길래 옮겨적었었는데 블로그에도 살짝 포스팅해본다. 

오랜만에 각잡고 다이어리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손이 곱아서 글씨가 써지질 않는다. 손시리다. 타자를 치는 와중에도 오타가 나서 힘들다. 엉엉.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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