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토란국을 끓여주셨습니다. 할머니가 토란을 좀 주셨거든요. 오랜만에 하는거라 헷갈린다고 토란을 삶을때 소금을 넣는지 안넣는지 검색해달라고 해서 검색하는데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는단 것 이상으로 문화적인 충격을 받게됐습니다. 토란국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국은 소고기랑 간장, 쌀뜨물을 이용한 맑은 국이더라구요. 소사소사맙소사. 럴쑤럴쑤이럴쑤가. 세상에, 다른 사람들에게있어 토란국이란 맑은 토란국이라 이 말인가!!!! 이제껏 먹어온 토란국은 늘 들깨를 갈아 넣어 만든 뽀얗고 걸쭉한 국이였기때문에 사진만으로도 충격적이였는데, 추석때 많이 먹는다는 생활정보도 나와서 놀랐습니다. 그렇구나. 다른 집은 추석때 많이 먹는구나. 우린 그냥 먹고싶을때 먹는데...추석이든 설날이든 상에는 탕국을 올리구요. 바리에이션같은건 잘 하지 않습니다. 음. 이렇게 새로운 걸 알았습니다만 여전히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네요. 우리집이 들깨토란국을 먹어서 다행이야.
이것도 오늘 알게된건데 토란 자체가 손이 많이 가나봐요. 미리 데치거나 삶지않으면 먹을때 목이 간지럽다고해요. 엄마는 장갑끼고 껍질만 벗겼는데도 손이 간지럽다고, 맨 손으로 하면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삶아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헹궈내던가? 소금을 넣던가?? 가물가물해하셔서 검색했는데 사람마다 레시피가 다 다르기도 하고 익숙하니까 요리순서에만 집중해서 사소한걸 잘 남기지 않는 레시피도 있단걸 알았어요. 그러고보니 자취할때 김치찌개 끓이면서도 애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된장 풀어서 김치도 푹 익혀먹고 그랬었는데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왜 또 얘기가 산으로 가고있어;
어쨌든 결과적으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지 못했단겁니다. 그냥 엄마 하시던대로 굵은 소금 푼 물에 토란을 먼저 삶았고, 그 토란을 헹궈낸 다음에 쌀 조금이랑 들깨를 갈아넣고 바닥을 열심히 저어준 다음에 먹었죠. 소고기를 넣었는데 맛있었어요~ 역시 제게있어 토란국이란 들깨가 들어가 뽀얀 국물이 걸쭉~한..그런 국입니다. 그런데 이런 토란국이 신기한 분도 계시겠죠. 어떻게 그런걸 먹어!! 라고 하는 분도 계실거야. 이런게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좁은 나라, 좁은 나라라고 하는데 날씨 다른 것도 신기하고 먹는 방법이 다른 것도 신기하고. 지역만 다른게 아니라 집 마다 김장하는 방법도 다르니까요. 놀라워라.
어쨌든, 국 잔뜩 끓여서 잔뜩 퍼서 밥이랑 냠냠 먹었습니다. 근사하게 한사발 사진 찍어서 같이 올리면 좋은데 오늘 김치도 너무 이쁘게 담아져서 혼자 감동하며 먹느라 깜빡했네요. 나도 작은 사진 올리며서 깨알같이 재밌는 글 쓰는 일상 블로거가 되고싶은데!! 왜 난 그럴 수 없는거야ㅠㅠㅠㅠㅠ
그냥 가기 섭하니까 하나 더 적고가야지.
몇일전에도 적었지만 최근 저희집 밥은 흰쌀이 들어있지 않은 잡곡밥입니다. 그나마 찹쌀이 들어가 잡곡들을 이어붙여주고있지만 젓가락으로 밥을 먹을때 분리된다던가 너무 질어 끈끈하다던가 그 와중에도 분리되어 우울해진다던가 아니면 잡곡이 살아있는 밥을 먹게되는 등! 문제있는 밥상일때가 많았습니다만 최근의 밥은 잡곡임에도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는게 맞을 정도로 보통밥과 다르지 않아 절 기쁘게하고 있습니다. 훗. 두번만에 잡곡과 전기밥솥에 익숙해진 밥의 수호자, 그 이름은 젤리. 네, 접니다. 저예요. 요즘 제가 밥하고 요즘 밥 엄청 맛있어요! 원래부터 제가 밥을 좀 잘하긴했지만 잡곡밥도 이렇게 잘할 줄은 호호호호호 밥솥 열때마다 행복합니다. 비법은 잡곡을 느긋하게 불리는 것과 물을 잘 맞추는 것. 어제 한 밥은 유독 예술이였어요. 난 어쩜 이렇게 밥(만) 잘하나몰라.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