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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닿아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뽑히기도 했다는 스토리블라썸의 '생활명품'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라에서 뽑은 우수교양도서나 읽어야할 혹은 읽혀야할 추천 도서 목록같은걸 신용하지 않는 편이라 저 소개문구를 봤을 땐 재미없겠다 생각했었는데 책 정보와 목록을 보니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공예, 회화, 건축, 음식의 네 가지 분류를 통해 책이 진행이 되는데 고전적인 소재와 제목, 표지와 달리 목차 속에 나오는 소재들은 일상적이고 소박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친숙한 그런 소재 있잖아요. 달항아리라던가, 옹기라던가, 굴비, 참게장, 몽유도원도 같은 거. 특히 리뷰어를 하기 전 책 목록만 봤을 때 관심이 갔던건 조각보와 한지, 게장이랑 지리산 잎차였어요. 그 때 한창 간장게장 방송을 보고난 후라 게장을 앓고 있었더니 여기엔 무슨 이야기가 실려있을까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한지 공예에도 관심이 가기도 했었구요.
작은 꼭지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였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삼베와 모시, 그리고 책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네요. 저자분께서 쓰는 동안 가장 좋으셨다던 '어머님의 음식들' 편도 물론 애정이 가득 묻어있어서 즐거웠지만요. 무엇보다 제가 아는 참게장과 저자분의 어머님이 담궈주셨던 참게장의 만드는 과정이 조금 달라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게장을 담기 전에 살아있는 참게를 커다란 항아리에 넣고 쇠고기를 넣어서 하룻밤 묵힌 다음에 담구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밤 새 참게가 그 쇠고기를 먹는데 이렇게 쇠고기를 먹은 참게로 게장을 담구면!!! 게의 등딱지를 딱!! 열었을 때 게의 뱃속에 쇠고기가 꽉 차 있는데 이게 그렇게 별미라고 하네요!! 이 부분을 보니까 왜그리 또 간장게장이 당기던지. 있어도 잘 못먹을 것 같지만요. 게다가 게장은...만드는 과정이 참...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만들어진거 아니면 안먹거나, 아니면 그냥 안먹어야겠단 생각도 하게 되는 죄많은 음식이라......
어쨌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공부를 시키듯 가르치는 분위기가 아니라 좋았습니다. 적절하게 삽화도 있고 사진도 있고 소재에 얽힌 일화나 비화들도 실려있는데 그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호감이 가더라구요. 알기 쉬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억에도 많이 남기 떄문에 왜 교양도서에 뽑혔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좋은 책이라 기뻤습니다.
인상적이였던 구절
모시와 삼베는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많지만, 섬세한 모시와 투박한 삼베는 그 위상에 차이가 있었다. 모시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면 삼베는 서민의 필수품이었고, 한편으로 모시는 산 자를 위한 천, 삼베는 죽은 자를 위한 천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특히 서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렸던 삼베는 우리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천인데, 장례 문화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띠게 되었다. 예부터 송장에 입히는 수의나 상을 당한 사람들이 입는 상복 모두 삼베로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돌아가신 분에게 곱디고운 옷을 지어 입혀 드려도 모자랄 텐데 왜 하필이면 투박하기 그지없는 삼베였을까? 이유는 수의가 잘 썩게 하기위해서였다. 옛날부터 무덤에 황골(黃骨)만 남아야 복을 받는다고 했는데, 송장에 삼베 수의를 입히면 삼베가 고스란히 썩어버려 노란 뼈만 남게 된다. 예전에 외할머니 묘를 이장할 때 삼베를 수의로 입히는 이유를 절감했었다. 삼베 옷을 입힌 부분은 천이 썩어 저절로 부서져 바람에 날아가버릴 정도였는데, 희한하게도 명주 버선을 신겼던 발 부분은 명주가 뼈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이장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대나무 칼로 시신의 발 부분을 일일이 벗겨서 명주를 떼어내야 했다. 자연적으로 썩어버리는 삼베와 잘 썩지 않는 명주의 성질이 확연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p 74~75)
차를 즐기려는 마음만 있따면 복잡한 다구가 없어도, 값비싼 찻잎이 없어도 맛있는 차를 마시기 위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p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