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소년과에 근무하던 무렵 선도했던 아이 중 상습절도범 소녀가 있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지만, 솜씨가 좋은 아이였다. 친구의 밀고가 없었다면 아마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는 젊은이들 취향의 고급 브랜드 전문점에서 도둑질을 했지만, 훔친 옷을 입고 남들 앞에 나설 수는 없었다. 과감하게 팔아치울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꼬리가 잡힐까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대신 아무도 못 보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커다란 전신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번갈아 입어보았다. 이런저런 코디네이션을 궁리해보고, 옷뿐만 아니라 시계나 액세서리까지 완벽하게 맞춰 패션잡지 모델처럼 꾸민 후 포즈를 취했다. 오로지 자기 방의 거울 앞에서만. 그러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핀잔을 들을 염려도 없으니까. 정작 밖에 나갈 때는 늘 무릎이 튀어나온 청바지만 입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자기주장을 한다. 찔리는 구석이 있으면 다 그렇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소녀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벌써 이십 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다.




동생이 빌려다 준 책을 읽다가 저 부분이 맴돌아서 일단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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