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갈매기란다. 그건 침팬지의 말이 옳아. 그러나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우리들은 네가 알에서 부화되어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너를 보호해왔단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쟈,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후략)"  - p 118


 소르바스와 그의 친구들에게 있어 아포르뚜나다가 갈매기라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남이 어떻든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가던 어미 갈매기가 알을 낳았다는 것, 그리고 그 알을 소르바스에게 맡기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해 알을 돌본다. 백과사전을 일일이 뒤져가며 관련된 지식을 찾고, 책에 나오지 않는 부분을 찾아 다른 고양이들에게 묻고, 먹이를 찾아주고, 불량배 고양이들로부터 지킨다. 그리고 그 갈매기가 어른이 되어 하늘을 날 수 있게될 때까지 그들은 육아를 멈추지 않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고양이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어린 갈매기를 돌보고, 갈매기의 성장과정을 보며 뛸듯이 기뻐한다. 아포르뚜나다가 처음 알에서 부화해 말을 했을 때 고양이들이 신기해하며 기뻐하던 장면은 책을 덮은 지금도 마음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으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어미 갈매기가 죽어가는 이유는 인간들이 바다에 몰래 버린 기름때문이며 용맹한 바다의 고양이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비밀을 폭로한다. 고양이들은 분노하고 한탄하며 넘어가지만 읽는 인간의 입장에선 그럴 수 없는 것이 사실. 특히나 바다의 기름유출이라고 하면 최근에 거대한 사건이 연달아 있었기때문에 한참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한 만큼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문제지만,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에게 한 말도, 죽어가던 어미 갈매기도,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며 아포르뚜나다가 했던 말도 모두 가슴에 남아 뭔가를 더 생각해내라고 간지럼을 피우는 것 같은 찜찜한 느낌.

 그렇지만 찌들대로 찌든 내가 생각해낸 것이라곤, 알을 낳기위해 바다를 건너던 어미 갈매기가 소르바스의 집에 불시착해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부어 낳은 알이 어떻게 부화할 수 있었던 것인가하는 문제와 (그녀는 성모 마리아와 같은 존재란 말인가..) 불량배에게서 아포르뚜나다를 지켜낸 소르바스와 그녀를 보호해주는 삼촌고양이들을 보며 역시 사람이든 고양이든, 결국 중요한것은 권력(소르바스는 덩치크고 힘센 고양이로 묘사되어있다)과 빽(삼촌고양이들은 결국 소르바스의 친구들이니까..)인가, 하는 것. 챔발로 소리처럼 산들거리며 살고 싶었는데 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인가. 우울함은 내게 더 이상 생각할 여력을 주지 않는다. 아, 우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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