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한권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잊어버릴 것 같아서(..) 한꺼번에 포스팅합니다. 천천히 읽고는 있지만, 요 근래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서 한권한권 다이어리에 메모해두는 재미가 쏠쏠한거있죠:D 요즘 유행하는 테이프 모양 스티커나 라벨 스티커에 책 제목 붙여서 위클리에 붙여놓고 빈 공간에 감상을 쓰는데, 하루하루 스티커 붙이는 재미로 다이어리를 쓰긴 합니다만 독후감 쓸때가 제일 재밌어요~ 저번달은 크래프트 스티커에 책 제목을 썼었고, 이번달은 라벨스티커에 책제목을 쓰고 있어요!! 책 감상 쓴대놓고 또 삼천포...그렇지만 이런 삼천포가 제 블로그의 매력!! 이였으면 좋겠는데 과연 어떨런지;;

자가기록인데다 자기만족으로 쓰는 포스팅이라 다이어리에 써둔 내용을 고대로 가져왔어요^^; 그대로 올리자니 쬐금 쑥쓰럽네요. 그렇지만 접지 않고 그냥 갑니다-_-!!



3월

30일 -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가방안에 넣어두고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다 방치해둔 채 다시 집어들었던 '집지기'의 마지막은 벚꽃피는 봄이였다. 벚꽃의 요괴는 집지기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걸로 끝났지만, 잠시동안이나마 집지기에게 결혼이야기가 들어오기도 하고 고로와 함께 고도 - 난 이 남자를 볼때마다 언젠가 봤던 연극의 고도가 생각나서 싱숭생숭했다 - 가 머물러버린 호수 저 밑바닥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제껏 질질 끌어오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며 끝났다고 해야하나. 봄비와 꽃샘추위에 시달렸던 한 주였기에 결말을 읽으며 한참을 가슴설레여했다. 오늘 책을 집어들고 끝까지 읽어낸 것이 잘한 일로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오랜만에 집어든 책이, 그리고 끝까지 읽은 책이 이 책이라 다행이야. 덕분에 탄력받아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며 한참을 행복해했다. 아아, 책은 봄을 타고 오는 것이던가~*


4월

4일 - Snowcat in Paris

책장을 정리하다 가장자리에 꽂혀있던 녀석을 보는 순간 스노우캣의 카페예찬이 다시 보고싶어지더라. 잠깐만 봐야지, 했던 것이 어느새 난 이불에 엎드려 작은 그림 하나하나 뜯어보며 뒹굴고 있었다. 여백의 미에 충실한 스노우캣의 그림은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들어 좋아하지만 결코 친절하지 않은 가격에 뉴욕편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오늘도 망설인다. 그녀는 결코 접하기 쉬운 여자가 아닌거다.

9일 - 나선계단의 앨리스 & 사고루기담

나선계단의 앨리스 : 주인공과 아리사, 두 사람 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다보니 모든 사건을 앨리스식으로 표현하곤한다. 이게 두 사람의 유대이자 놀이이기도 한데, 하나의 사건을 맡을 때마다 한번씩은 앨리스식 비유가 나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인지 가끔은 무리한 비유,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캐릭터가 잡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끼워넣지 않아도 됐을텐데 잘 나가다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기분이랄까. 처음 이야기보다는 두번째 이야기가, 그리고 그냥 '사건'보다는 부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였던 책. 여러가지 모양의 사랑이 나온다. 조금은 짖궃은 사랑도, 헌신적인 사랑도, 안타까운 사랑도. 개인적으로는 마담 바이올렛과 하얀 기사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사고루기담 : 단숨에 나선계단을 읽고 삘받아 다시 집어들었던 책. 사실 검이 나오던 첫번째 이야기에 질려 던져뒀었는데 이번에도 너무 지루해서 정말 슬슬 읽었다. 두번째 이야기부터는 술술 읽을 수 있었음.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지만 집지기와는 달리 기묘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역시 임팩트가 강했던 것은 정원사 이야기랄까. 반전이라기엔 좀 이상하지만, 그녀가 한 일을 밝혔을 때의 충격은 정말 순간적으로 등줄기가 오싹해졌을 정도였다. '사고루'의 규칙을 가장 잘 이용한 여자가 아니였을지. 스스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정원사라곤 하지만 순수함이 가장 무섭다는 것, 그리고 나이든 여자의 교활함과 섞였을 때 그 순수함이 얼마나 광적인 것으로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사실 저 정원사가 너무 인상적이라 다른 이야기들은 흐릿하게 남아있다. 날 헷갈리게 만든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빼고.

10일 -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 고양이

난 더 이상 순수할 수 없는거야, 란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왜 이렇게 됐지.

13일 - 부엉이와 밤의 왕

비록 중간에 펑펑 울어야했지만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라고,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라 다행이라고 몇번이나 생각했다. 응,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잘됐어 부엉아...

20일 - 밤의 피크닉

때를 놓치면 들리지 않게된다고, 잡음이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지하게 친구에게 충고하던 시노부가, 그리고 그런 친구의 이야기에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며 감탄하던 도오루가,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좋았던 한편 옴짝달짝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져서 가슴아팠던 책이기도. 지금, 고3인 내 동생들이 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던 책. 요즘은 책을 읽으면 마냥 짠하고 우울해진다. 낙엽이 굴러가기만해도 슬퍼진다는 팔춘기라도 앓고 있는걸까..


5월

1일 - 외딴섬 악마

무심한 듯 시크한 표정 (그러니까 -_- 요런 표정) 으로 읽은 책.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는 있으나 주인공이 느낀 공포와 절망, 좌절이 전혀 와닿지 않는 신기한 책이였다. 이 책의 화자가 프롤로그에서 길게 주입시킨 '직접 겪은 일을 글로 옮기는 것의 어려움과 말재주도 글재주도 없는 자신이 글을 옮길때의 문제점'을 떠올린다면 정말 주인공이 쓴 것 처럼 설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책이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었던걸까? 추리소설로도, 호러소설로도 2% 부족한 용두사미의 이야기. 그냥 허무해지더라. 다 읽고나서 거짓말 안하고 한 5분정도 멍하게 있었다. 이게 정말 끝인건가 싶어서-_- 아, 다시 생각해도 허무하네. 더 허무한건 내가 이걸 샀다는거-_-

5일 - 키친

화장실에서 읽으려고 뽑아들었다가 들고 올라와버렸다. 오랜만에 읽어서일까,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달리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됐다. 언젠가 읽었던 칼럼도 생각났고. '키친 테이블 노블이 애잔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이였는데 어느 잡지에 실렸던 것인진 생각나지 않는다. 싱글즈였나? 더 팬인가? 내가 어디서 그 칼럼을 봤었지? 키친 테이블 노블이 애잔한 이유는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였는데 바나나의 후기도 그렇고 자신의 상처를 핥기위해 쓴 것일까, 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나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누군가의 죽음도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햇빛 찬란한 여름,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쨍쨍한 여름의 햇빛이 죽음의 눅눅함을 지워주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녀는 여름에 할머니를 잃었던 걸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했던 그날의 독서..

10일 - 행복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부분을 읽으며 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란 생각을 했다. 책과 다이어리, 노트랑 펜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은데 요 몇일 해봤던 동숲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역시 NDSL까지는 사야할지도 몰라, 란 생각도 했다. 게임은 동숲만으로 충분해,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난 이미 질러둔 NDSL용 게임이 또 있었다(......) 노..노트북까지만 고치는 걸로도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그리고 내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얼른 안경점에 가서 이 휘어진 다리를 고쳐야하는데, 라는 생각도 했음. 욕심을 버린다는 건 쉽지 않구나..



옮겨쓰다보니 덧붙여진게 있네요.
몇개는 그대로 리뷰게시판에 옮겨도 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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