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자."
토오루는 피식 웃는다.
"너도 바쁠텐데, 아르바이트니 뭐니 해서."
고교시절부터 코우지의 바쁜 일상은 변함이 없다.
"바쁘지."
코우지는 가슴을 폈다.
"그래도 시간은 낼 수 있어. 필요하면 시간은 만들면 돼."
딱 부러지는 말투였다. 토오루는 어쩐지 행복해진다.
-> 놀랐던 차이. 토오루의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늘 밍숭맹숭하게 만나고 코우지를 어떤 친구로 여기는 건지 알 수도 없던데다 (만날땐 만나면서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떨땐 지가 찾기도 하고...-_-a) 얘들이 보통 남자애들과는 달리 조용조용한 만남을 가져서 아아..어쨌든 친구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하게 했던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그냥 친구들보다
툭툭 말을 내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좀 더 친밀해보여서 쬐금 놀랐습니다.
그쪽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어렸을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중,고등학교 따로 다니게 되어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만나면 편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그런 친구같은 느낌이 들었달까..얘네 둘이 만나서 담배피고, 뭐 먹고 하는거 보니까 재밌더라구요. 툭툭 던지고..받고..
토오루에게 있어서 세계는 온통 시후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주방엥서 인스턴트 커피를 끓였다.
시후미를 만날 가망도 없는 하루, 대체 뭐하러 일어나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무슨 말을 주고받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미에 대해서만, 자신의 말이 제대로 기능한다.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식사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줄곧 보고 싶었다. 시후미만을 생각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을 읽고, 시후미가 듣던 음악을 들었다.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 마음에 들게 바뀐 부분.
소설에서 이런 문구들을 볼때마다 "구제불능의 우울증녀석"이라고 짜증냈었어요.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를 읽을때는
"맞아, 너 미친거야."라고 대답했을 정도;
완전 엄마 착각하고 쫓아다니는 병아리자식같아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
영화속에선 시후미를 사랑하지만 그 외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아니라 좋았어요.
애가 강단있게 변했더라구요.
소설속에선 시후미에게 전화올때까지 꼼짝도 안하고 기다린다면
영화에서는 코우지도 만나고, 코우지도 만나고, 코우지도 만나고...?
(인간관계 좁은 놈-_-; 어째 그것밖에 없었던 듯;;)
오히려 시후미가 전화를 걸다가 받지 않는 것에 한숨쉬었을 정도로.
시후미의 마음도 조금 현실적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책에서처럼 완전무결의 존재도 아니고, 불안해하고, 사랑을 원하기도 하고.
연약하지만 똑 부러지기도 해서 아, 대등하게, 진짜 연애를 하는구나..
(불륜의 한계도 그럭 저럭;;)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요 부분도 좋았습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시후미의 캐릭터가 내 맘에 들게 바뀌었다는 거니까 (엥?)
하루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24시간이므로,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빨대를 입에 문 유리의, 깨끗하게 하얀 볼이 코우지는 마음에 든다.
키미코의 볼은 갸름하지만, 유리의 볼은 통통하다.
그것은 코우지의 눈에, 어쩐지 소중한 존재인 양 비친다.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양.
괜찮으니까, 아츠코 씨 쓸데없는 생각 말라고.
문제 없으니까, 내가 언젠가 문제없게 잘 할테니까 라고.
진심이었다. 코우지 자신,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역시 코우지 부분..
책에서도 토오루와 시후미의 비중이 커서 이쪽 연애는 제대로 표현된 것 같진 않지만
영화는 정말 너무할 정도로 애를 죽여놔서 슬펐어요..
애가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하긴 하지만 (헛똑똑이라고 하나요 이런걸 ㄱ-)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고 (나름) 최선을 다 한다고!!!
....단지 그 최선의 선택이 뭔가 어긋나서 그렇지 (어째서 아들이 생각나지..?)
속상해요 정말. 흑흑. 코우지 마음에 들었었단 말이야..ㅠ_ㅠ (아들생각나서?)
잠시 동안이지만 어쨌든 즐거웠던 영화관람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