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vs 청각

from Review/Book 2007. 2. 17. 00:00

책을 읽다가, 후각과 청각 중 어느 감각이 더 인간에게 약점으로 작용할까, 란게
궁금해져서 포스팅해봅니다 (...)


1. 인간은 빛이 있을 때만 보고, 입 속에 뭔가를 밀어넣어야 맛을 느끼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접촉해야 감촉을 느끼고, 일정 정도 이상이 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숨쉴 때마다 냄새 맡는다.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중 '후각'편에서.


2. 십자가형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십자가형을 당하는 사람이 왜 괴로워하며 죽어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진하게 생각하듯 손과 발에 못이 박혔기 때문일까요? 사실은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뻗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나무늘보 같은 일부 포유류와는 달리 인간이란 그러한 자세를 오래 견디지 못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누군가 너무 오랫동안 사람 팔을 강제로 치켜들고 있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죽음을 맞고야 말것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너무 오랫동안 팔로 매달려 있다 보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다 이겁니다. 물론 당신은 그 지경까지 갈 리는 없죠. 하지만 결국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자, 이제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셨겠지요. 아무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답니다. 당신은 내가 왜 당신 청각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지 그것이 합법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야말로 외부의 자극에 비교적 방비가 허술한 감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하려면 코를 붙들고 있기만 하면 되고요. 오래 그러고 있다 해서 그리 고통스런 것도 아니지요. 맛을 거부하기 위해선 뭐 흔히들 해온 절식이나 단식이라는 방법이 있지요. 촉각 역시 법이라는 것이 막아주고 있어요. 누군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신 몸을 건드리려 하면 언제든 경찰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인간이란 단 하나의 약점, 즉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겁니다

 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중에서



전 청각이 더 약점으로 작용할것 같아요.
강렬한 아멜리 노통브 (부들부들)
저 부분을 읽었을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 전에 화장실로 쫓아간 텍셀이 주인공에게 하던 말이 더 무서웠지만요.
방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합법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취미라고..;;;;

어쨌거나 상냥한 아멜리 노통브의 텍셀은 자기가 저렇게 이야기해놓고 해답도 말해줍니다.
조금 더 오래 귀를 막고 버틸 수 있는 자세, 랄까요.. 그건, 바로

제롬은 더욱 세게 귀를 막았다.
"고집 부리지 말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런식으로 귀를 막고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왜 그렇게 팔을 공중으로 치켜들고 있나? 누가 보면 권총으로 위협이라도 당하는 줄 알겠네. 귀를 막더라도 팔꿈치를 가슴에 붙이고 막아야지. 그러면 꽤 오랫동안 버틸 수가 있지. 아까도 그걸 알았더라면! 그러고 보니 어떻게 그것도 모를 수가 있는지 어이가 없구만. 하긴 뭐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지."

랍니다 (푸합) 사실 저도 귀를 막을땐 팔꿈치를 살짝 앞으로 든 상태에서 귀를 막아요. 손바닥으로 귀를 꾸욱 눌러야 소리가 덜 들리니까요. 팔꿈치를 가슴에 붙이고 막으면 손가락으로 막게되지 않나요?  어쨌든...저렇게 나와있다해도 전 청각이 좀 더 막기 힘들지 않을지..

다시 생각해보니 청각은 사람을 미치게 하기 좋은거고
죽이기 위해서는 코를 막는게..확실히..=_=
아니, 난 잠도 안자고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는거람.

다들 설 연휴, 행복하게 보내셔요~~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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