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참으로 화려하고 기품 있는 마법의 양탄자야, 아으, 한없이 복잡한 마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양탄자야, 부디 킹스베리쪽으로 천천히 움직여다오. 그리고 가는 동안 네 고운 무늬에 깃든 빼어난 지혜를 발휘하여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해 다오."
양탄자는 순순히 안개 속으로 솟아올라 남쪽으로 향했다.
병사가 까만밤을 두 팔로 꽉 껴안았다. 병 속에서 덜덜 떨리는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그렇게 간살을 떨어야 되는 거냐?"
압둘라는 이렇게 대꾸했다.
"이 양탄자는 너랑은 좀 달라. 굉장히 순수하고 탁월한 마법의 힘을 갖고 있어서 아주 고상한 말씨로 부탁해야 말을 듣거든. 요컨대 시인의 마음을 가진 양탄자라고 할 수 있지."
그러자 양탄자 전체에 사뭇 거만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양탄자는 못내 자랑스러운 듯이 너덜너덜한 가장자리를 곧게 펴더니 곧 안개를 헤치고 황금빛 햇살 속으로 기분 좋게 나아갔다. 병 속에서 파란 연기가 조그맣게 솟아오르다가 놀란 듯 외마디 소리와 함께 도로 사라져 버렸다. 정령이 말했다.
"그래도 나 같으면 그렇게 아부는 안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권, p 211
웃겨죽을 뻔 했던 압둘라와 정령의 만담..
아, 정말 너무 웃겼지만 전 개인적으로 1권이 더 좋았어요..
하울이랑 소피가 많이 나오니까 (진심)
*
작년(...) 겨울.. 동생이 "누나를 위해 빌려왔어!!"라며 쥐어줬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지른건 애진작이지만 단 한장도 읽지 못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서(....)를 찍은 사진을 찾았습니다.
저번주에도 학교 도서관이 오픈되자마자 절위한 책을 빌려와 저를 기쁘게했던 제 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