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사 와이프의 헬스클럽 동료가 소개해주는 남자 김영수는 휴대폰의 통화연결음을 따로 설정해두지 않았다. 통화연결음으로 어떤 음악을 깔아두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대번에 드러난다. 최신가요만을 골라 이틀이 멀다하고 바꾸는 사람에게서는 첨단유행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고, 처연한 클래식 연주곡만을 고수하는 사람에게서는 일말의 허영이 묻어난다. 컬러링 설정을 하지 않고 따르릉 소리를 그냥 놔둔 사람은 게으르거나 무심하거나 아니면 소심한 사람일 것이다.
김영수는 게으른 사람일까, 무심한 사람일까, 소심한 사람일까. (미니북 기준, p 76)
- 1. 게으름과 무심함, 그리고 소심함의 사이에서 헤매는 또다른 한사람입니다.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려다 생각난 것이 있어요. 친구에게 전화하다가 생각난 것인데 제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1년 가까이 컬러링으로 설정해두고 있거든요. 컬러링을 설정해두지 않는 사람을 게으르거나, 무심하거나, 소심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마음에 드는 팝송으로 1년 가까이 컬러링을 설정해둔 제 친구같은 사람은 어떻게 판단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2. 백미러로 뒷차에 앉은 여자를 살펴보다 앞차의 운전자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단 생각에 깜짝 놀라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는 김영수와 하늘에서 내가 가는 길을 다 살펴본다는 생각을 하면 섬뜩해서 네비게이션을 달 수 없다는 주인공의 말에 3% 정도의 공감을 했습니다.
- 3. 이건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전 "동물원 킨트"를 꽤 좋아해요. 배수아씨의 소설 "동물원 킨트". 몇일 전 이글루를 돌다가 그런 글을 봤어요. 자기는 동물원을 싫어해서인지 동물원 킨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분의 글인지 다른분의 글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동물원 킨트의 화자는 절대로 남자다, 라고 단언하신 글도 봤습니다. 배수아씨는 그 화자를 남자로도, 여자로도 정하지 않으셨거든요. 전 책을 덮을 무렵 이 화자는 여자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단호하게 남자!!라고 정리내린 분의 감상을 보자니 재미있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어떠한 부분에서 그분은 '나'에서 남자를 느끼신건지. 한번 더 책을 읽어보고싶단 생각을 했어요. 참고로 저는!! 그 사람의 감정변화와 하마에 대한 글에서 여성의 미묘함을 느꼈었거든요- 물론 예민하고 섬세한 남자분들도 많지만 하마를 말할때의 감정이 여성의 우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 라며 또 예전글을 옮겨 붙이고 있는 나..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까 괜찮길래...업어왔습니다. 한번 더 읽고싶은데 이사오면서 미니북을 잃어버려서 읽을 수 없게됐네요. 꿩대신 닭이라고 '오늘의 거짓말'이나 한번 더 꺼내봐야겠습니다. 삼풍백화점이랑 오늘의 거짓말이 꽤 괜찮았는데, 친구는 전업주부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가더라, 라고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