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나 중에서

from Review/Book 2008. 3. 18. 07:49


 말리는 신이 났다. 신나서 죽을 지경인 모양이었다. 좋아서 낑낑거리며 말리는 머리를 내 배에 쑤셔 박고는 마치 메트로놈 막대처럼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 운전대를 때리면서 내 셔츠의 단추를 핥았다.

 그런데 말리에게 손을 대기만 해도 꼬리 흔드는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내 두 손 모두 운전대에 가 있으면 꼬리는 규칙적으로 1초에 세 번씩 운전대를 때렸다. 툭, 툭, 툭. 손가락 하나를 머리에 대면 왈츠 박자가 보사노바로 바뀌었다. 툭, 툭, 툭, 툭, 툭, 툭. 손가락 두 개를 대면 맘보가 된다. 툭, 투욱, 툭, 툭, 투욱, 툭. 손으로 머리를 완전히 감싸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어주면 기관총 같은 초고속 삼바 리듬이 나왔다. 툭툭툭툭툭툭툭툭!

 "얘가 박자를 아네. 너 레게 강아지구나?"



"진짜 끝내주는 이름이 생각났어."
별로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제니는 이렇게 말했다.
"뭔데?"
"좋아, 잘 들어봐. 이거야."
나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끊어서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로건스, 매저스틱, 말리 ,오브, 처칠" (처칠거리에 사는 그로건의 위대한 말리)

이렇게 말하고 난 다음, 나는 '정말 끝내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제니가 말했다.

"어쩜 그렇게 멍청한 이름을 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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