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루이보스를 굉장히 싫어해서 이걸 마실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사이다 냉침하면 맛있다고 친구가 권해준 루이보스 시트론도 (이것도 로네펠트인걸 보니 얘네 은근히 괴이한 조합을 즐기는 것 같고?) 반쯤 울면서 마셨기때문에 더 그랬다. 다른걸 먼저 마실까하다가도 맛없는거, 싫어하는거에 먼저 손이 가는 몹쓸 버릇탓에 결국 또 집어든 루이보스 핫 초콜렛. 눈내리는 오후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고 싶었더랬다.

처음 봉투를 뜯었을때 버터크림 잔뜩 섞인 느끼한 미국산 초콜렛 냄새가 났다. 이름도 붙어있지 않을법한 크고 뭉툭한 덩어리초콜렛의 느낌? 봉투 안에 담겨있는 찻잎은 루이보스 특유의 자잘함과 함께 새빨간 색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다. 잎이 잘다보니 의외로 양이 많이 들어있어서 밀크티 두번, 스트레이트 두번으로 나눠 해먹었음 :^)


우선 밀크티 -

밀크티로 마시면 맛있어~ 라는 친구의 말에 처음으로 만들어본건 밀크티였다. 뜨거운 물로 우리다 차가운 물을 붓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분명히 넣은 것은 우유인데 두유를 부은 맛이 났다. 루이보스 특유의 맛이 많이 났기때문에 우유를 듬뿍 부어 마셨다. 연하게 마시니까 좀 낫더라.


그 다음에 마신건 스트레이트 -

엄마는 밀크티를 싫어하기때문에 스트레이트로 우렸다. 다시백에 티스푼으로 한스푼 살짝 못되게 우렸는데 오래 우린다고 떫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금방 마시는 것 보다는 느즈막하게 우려 조금 진하게 마시는 편이 훨씬 맛있었다. 여전히 루이보스 특유의 맛이 나는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모금을 머금으면 입안 가득 향이 퍼지다 목으로 넘기면 초콜렛 향과 루이보스 특유의 맛이 함께 나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이때의 맛을 그리워하며 마지막 남은 찻잎을 털어넣어 우려낸 차는.......찻잎 부족때문인지 그때 그 맛이 아니다........슬프다..


로얄밀크티로도 만들었다.

냄비에 물과 우유를 1:2 비율로 넣고 빵빵하게 넣어 팔팔. 요즘은 밀크티를 만들때 나도 모르게 설탕을 왕창 넣게된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까칠해진다는데 큰일이다. 밀크티의 맛은 조금 더 진해졌지만 여전히 두유맛이 났고, 무엇보다 찬 우유를 섞었을때보다 느끼해져서 만약 다음에 이 차를 마실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로얄밀크티로는 만들지 말아야지하는 다짐도 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셔야지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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