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빛 까마귀 中

from Review/Book 2006. 5. 15. 00:00

 
어느 날 아침 잠을 깨어 보니, 왠지 오두막 안이 으시시하게 추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난로불은 꺼져 있었고, 마르타 할머니는 치마를 겹겹이 껴입은 채 맨발을 물통에 담그고 방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뭐라고 말을 붙여 보았지만 마르타 할머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싸늘하고 빳빳한 손가락을 간지럽혀 보아도, 굵은 옹이가 박힌 손마디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잔잔한 날 빨래줄에 널어 놓은 젖은 빨래처럼, 마르타 할머니의 팔은 의자의 팔걸이에 축 늘어져있었다. 얼굴을 치켜올려 보니, 할머니의 축축한 두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젠가 한번 그런 눈동자를 본 적이 있었다. 강물에 떠내려온 죽은 물고기에게서.
 
나는 마르타 할머니가 낡은 껍질을 벗고 새 것으로 갈아입기를 기다렸다. 뱀이 허물을 벗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때는 시끄럽게 방해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참을성 있게 꾸준히 기다렸다.
 
그때는 늦은 가을 무렵이었다. 바싹 말라 버린 잔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쪼글쪼글한 마지막 잎새가 가지에서 떨어져 하늘로 솟아올랐다. 아직 잠이 덜 깨 풀죽은 모습으로 부엉이처럼 횃대에 앉아있던 닭들이, 이제 아침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쪽씩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올렸다. 집안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나는 불을 어떻게 지피는지 알지 못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마르타 할머니는 한마디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잔뜩 노려보며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기만 했다.
 
나는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다시 잠이 들었다. 내가 일어날 즈음이면 마르타 할머니가 여느 때처럼 처량한 주문을 중얼거리며 부엌에서 왔다갔다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내가 다시 눈을 떴어도 할머니는 그때까지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나는 몹시 배가 고팠고, 자꾸만 짙어지는 어둠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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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코진스키 - 무지개빛 까마귀 p 26.27

  

아직까지는 검은 까마귀만큼이나 어둡고 슬프네요.
덤덤한 문장이라 가슴이 아프고
상황상황이 울적합니다.
뒤로 넘어갔는데
자꾸 저 부분이 맴돌아서 결국 메모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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