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해석부)
 
계단을 오르는 마르크 알렘은 방금 필경사로부터 들은 말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독방구역이 뭐 하는 곳일까? 겉으로 보기에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고 뒤죽박죽인 듯 했지만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곳은 일종의 감옥이었다. 문제는 왜 그런 감옥을 두느냐 하는 것이었다. 필경사는 꿈을 꾼 사람의 기억 속에 이제 꿈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 꿈을 꾼 사람을 가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꿈을 지우는 것이었다. 문제의 꿈을 곱게 빻은 뒤 그것이 기억 속에서 다시 형태를 갖출 수 없는 지경으로 녹아 없어질 때까지 밤낮으로 취조를 하여 사람의 진을 빼고, 끊임없이 조서를 작성하고, 그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웃 가운데 한 사람을 지목하여 그 사람에 대해 추궁하는 것이다. 마르크 알렘은 그것이 일종의 세뇌라고 생각했다. 아니, 꿈을 해체하는 작업에 가까운 것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다른 설명의 여지가 없었다. 병원균의 전파를 막아 페스트를 박멸하듯, 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반체제 사상의 창궐을 막고자 하는 것이 분명했다.
 
 
 

 

page 168 (휴가)

 

그는 경이에 찬 시선으로 두리번거렸다. 하늘뿐 아니라 벽, 지붕, 마차, 나무 등 세상의 모든 것이 바래고 생기를 잃은 듯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세상 천지가 긴 병치레를 하고 난 환자처럼 창백했다.

 

 

page 169 (휴가)

 

그는 멍하니 서서 사람이며 마차며 건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모든 것이 진부하고 칙칙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외출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의 궁전에서 직원들에게 좀처럼 휴가를 주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제아 그는 휴가를 받아도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시들시들한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은 시간 낭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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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소재가 특이하네요.

아, 얼마만에 이런 소설을 읽는건지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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